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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손준성 검사.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가 지난 6일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등 제2금융권대출조회 을 가리켜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1심 재판부는 대검 수정관실에서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판단했으며 손 검사가 김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무엇보다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 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 및 공모가 두 사람 지원금액 사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던 대검 수정관실 소속 검사에게 총선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판결문이 가리키는 '진범'은 따로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핵심은 '제3자'의 존재다. 2021년 고발사주 사건을 단독 보도했던 뉴 통신연체조회 스버스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손준성김웅 두 사람은 제3자가 있다면서도 그 제3자가 누구인지 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의 경우 제3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손준성과 김웅 사이에 선거법을 위반한 '제3자'가 있다고 봤고, '제3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텔레그램에선 메시지의 디스이즈뉴욕 전달 시에는 전달자의 전자정보가 옮겨지지 않는다. 전달자 메시지 상단에는 자동으로 '○○○보냄' 표시가 나타난다. 김웅이 조성은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텔레그램에 적혀있던 '손준성 보냄'이 일례다. 여기서 '손준성'은 그 메시지의 원본 생성자일 뿐이고, 바로 전의 전달자가 아니라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손준성 검사의 무직자중고차전액할부 역할이 검찰총장과 차장검사의 업무 보좌였음에 주목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왼쪽)과 조성은 전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재판부는 “손준성은 수사정보의 수집 검증 평가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그 지위를 이용해 고발장과 고발장의 바탕이 된 메시지의 대상 정보 수집 작성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손준성은 이 사건 메시지의 원본 생성자”라고 전제한 뒤 “손준성이 스스로 또는 검찰총장이나 차장검사, 이들이 지정한 대검찰청 내 검사장 등의 지시에 의해 수사 정보를 수집했다면, 직무상 이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메시지 상단에 '손준성 보냄' 표시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이는 “손준성이 최초로 생성전송했고, 조성은에게 도달하기까지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전달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김웅이 손준성에게서 전송받았다는 것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1심과 다른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다. 손준성이 제3자에게 전송하고 제3자가 김웅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손준성 보냄' 표시가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1심처럼 판단하기에는 직접적 물증이 부족하다는 것.
항소심 재판부는 “오히려 손준성이 이 사건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로 전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손준성이 김웅에게 이 사건 메시지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그 전송 전후로 김웅과 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또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협의하는 것이 상식이나 경험의 법칙에 들어맞지만 손준성이 김웅과 위와 같은 연락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준성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또는 스스로 수사정보를 수집했다면, 이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준성도) 수정관실에서 윤석열의 처, 장모 관련 형사사건 정보 및 판결문 등을 검색하고 사건 경과를 정리하며, 의혹 제기에 장모의 입장에서 대응하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당시 손준성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계에 주목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메시지 대상정보의 작성 수집은 MBC 뉴스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당시 여권 정치인을 고발함으로써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고 보인다”며 “그러한 업무수행은 법률에 위배 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손준성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기존에 수행하던 다른 업무(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 장모 대응 문건 등)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2020년 4월 당시 대검 감찰부장이었던 한동수 변호사의 지난해 10월30일 이 사건 공판 증언과 일치한다. 한 변호사는 “손준성 검사 개인이 (고발사주를) 혼자 했을 리 만무하다는 건 검찰에서는 누구나 동의하는 사안”이라며 “고발장 작성은 손준성 개인의 일탈이 아니고, 총장 지시하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함께 작성했고 (고발장이) 나가기 전에도 총장 컨펌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언론과 법무부장관이 검찰을 거세게 공격하고 있었고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정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고발장 제출이 급박했을 수 있었다. 검찰 내에서 고발장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어서, 은밀하게 진행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보인다”며 “보안성 높은 텔레그램을 통해서 이른 아침부터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게 이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대응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심 사안이었다. 배아무개 채널A 법조팀장은 2020년 4월2일 다음과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보냈다. “윤석열 총장이 ○○○기자 통해서 계속 물어오고 있나 봐요. (한동훈-이동재) 음성파일요.” 자신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가 연루된 사건을 검찰총장이 직접 알아보고 있던 장면이었다. 이날은 대검 감찰부가 법무부로부터 검언유착 의혹 진상조사 공문을 받고 감찰에 착수한 날이었다.
▲검찰. ⓒ연합뉴스
바로 다음 날인 4월3일, 김웅은 조성은에게 “'제3자'가 마련해준 고발장 및 관련 자료를 전달해 줄 테니, 고발장을 '제3자'가 지정해 준 검찰청에 접수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제3자'가 “검찰 측 관계자”라는 뉘앙스를 분명하게 전하고, '제3자'로부터 받은 이 사건 메시지를 조성은에게 전달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제3자'에는 손준성뿐만 아니라 검찰총장 등 상급자도 모두 똑같이 해당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항소심 재판부는 손준성과 김웅의 관계에 주목한다. “피고와 김웅은 사법연수원 동기 검사라는 점 외에 특별한 친분 관계가 명확히 발견되지 않고, 이 사건 전후로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웅이 국회의원 선거운동으로 매우 바쁜 와중에 시간을 할애해 손준성과 기민하게 소통하며 손준성의 부탁을 받고 이를 수용해, 그 부탁의 취지를 조성은에게 그대로 전달하기로 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주목한 곳이 '윗선'이다. 재판부는 “김웅이 자신보다 연수원 기수가 더 높은 사람이거나 검찰에서의 상사나 선배였던 사람 또는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등에게서 부탁을 받고 조성은에게 이 사건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결국 “손준성에게 고발장 작성 등을 지시한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고발을 기획하고, 고발장 등을 전달할 자로 김웅을 선택한 다음 김웅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사실상 선거법 위반 '진범'을 추정한 대목이다. 당시 고발사주로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는 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고발사주 의혹 관련 MBC 보도화면 갈무리.
공수처 검사는 이번 재판에서 “손준성이 이 사건 메시지를 김웅에게 전송했다”면서 '설령 제3자가 존재하더라도, 전달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어떠한 사유에 의해 제3자가 단순 전달책에 불과한지에 관한 충분한 증명은 없다”고 반박했으며 나아가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손준성에 대한 관계에서, '단순 전달책'으로 행동하거나 이용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판단으로 손준성 검사는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손준성이 김웅과 공모 없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전송한 경우에도, 이 사건 증거만으로는, 손준성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어떠한 의사로 고발장을 전송했는지를 알 수 없고, 그 고발장이 미래통합당 측으로 전달될 것을 알았다거나, 그러한 의사가 손준성에게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이는 고발장이 미래통합당 명의 문서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만약 공무원인 손준성이 제3자로 하여금 수사기관에 접수하도록 고발장 초안을 전송하는 행위를 했고, 그 제3자가 각 초안을 용도대로 수사기관에 접수하리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점을 증거에 의해 인정할 수 있다면, 제3자에 대한 전송 행위 자체로써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에 규정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손 검사 역시 유죄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맞다면 이 사건에서 억울한 건 손준성 검사다. 입을 열게 되는 경우 윤 대통령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도 손 검사다. 지난해 9월 손 검사는 검사장급인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이 무렵 조선일보는 “피고인 신분인 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제 '검찰의 총선개입 의혹'이라는 유례없는 사건의 진실을 좇는 눈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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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손준성 검사.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가 지난 6일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등 제2금융권대출조회 을 가리켜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1심 재판부는 대검 수정관실에서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판단했으며 손 검사가 김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무엇보다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 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 및 공모가 두 사람 지원금액 사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던 대검 수정관실 소속 검사에게 총선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판결문이 가리키는 '진범'은 따로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핵심은 '제3자'의 존재다. 2021년 고발사주 사건을 단독 보도했던 뉴 통신연체조회 스버스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손준성김웅 두 사람은 제3자가 있다면서도 그 제3자가 누구인지 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의 경우 제3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손준성과 김웅 사이에 선거법을 위반한 '제3자'가 있다고 봤고, '제3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텔레그램에선 메시지의 디스이즈뉴욕 전달 시에는 전달자의 전자정보가 옮겨지지 않는다. 전달자 메시지 상단에는 자동으로 '○○○보냄' 표시가 나타난다. 김웅이 조성은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텔레그램에 적혀있던 '손준성 보냄'이 일례다. 여기서 '손준성'은 그 메시지의 원본 생성자일 뿐이고, 바로 전의 전달자가 아니라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손준성 검사의 무직자중고차전액할부 역할이 검찰총장과 차장검사의 업무 보좌였음에 주목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왼쪽)과 조성은 전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재판부는 “손준성은 수사정보의 수집 검증 평가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그 지위를 이용해 고발장과 고발장의 바탕이 된 메시지의 대상 정보 수집 작성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손준성은 이 사건 메시지의 원본 생성자”라고 전제한 뒤 “손준성이 스스로 또는 검찰총장이나 차장검사, 이들이 지정한 대검찰청 내 검사장 등의 지시에 의해 수사 정보를 수집했다면, 직무상 이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메시지 상단에 '손준성 보냄' 표시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이는 “손준성이 최초로 생성전송했고, 조성은에게 도달하기까지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전달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김웅이 손준성에게서 전송받았다는 것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1심과 다른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다. 손준성이 제3자에게 전송하고 제3자가 김웅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손준성 보냄' 표시가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1심처럼 판단하기에는 직접적 물증이 부족하다는 것.
항소심 재판부는 “오히려 손준성이 이 사건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로 전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손준성이 김웅에게 이 사건 메시지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그 전송 전후로 김웅과 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또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협의하는 것이 상식이나 경험의 법칙에 들어맞지만 손준성이 김웅과 위와 같은 연락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준성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또는 스스로 수사정보를 수집했다면, 이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준성도) 수정관실에서 윤석열의 처, 장모 관련 형사사건 정보 및 판결문 등을 검색하고 사건 경과를 정리하며, 의혹 제기에 장모의 입장에서 대응하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당시 손준성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계에 주목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메시지 대상정보의 작성 수집은 MBC 뉴스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당시 여권 정치인을 고발함으로써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고 보인다”며 “그러한 업무수행은 법률에 위배 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손준성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기존에 수행하던 다른 업무(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 장모 대응 문건 등)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2020년 4월 당시 대검 감찰부장이었던 한동수 변호사의 지난해 10월30일 이 사건 공판 증언과 일치한다. 한 변호사는 “손준성 검사 개인이 (고발사주를) 혼자 했을 리 만무하다는 건 검찰에서는 누구나 동의하는 사안”이라며 “고발장 작성은 손준성 개인의 일탈이 아니고, 총장 지시하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함께 작성했고 (고발장이) 나가기 전에도 총장 컨펌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언론과 법무부장관이 검찰을 거세게 공격하고 있었고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정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고발장 제출이 급박했을 수 있었다. 검찰 내에서 고발장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어서, 은밀하게 진행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보인다”며 “보안성 높은 텔레그램을 통해서 이른 아침부터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게 이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대응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심 사안이었다. 배아무개 채널A 법조팀장은 2020년 4월2일 다음과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보냈다. “윤석열 총장이 ○○○기자 통해서 계속 물어오고 있나 봐요. (한동훈-이동재) 음성파일요.” 자신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가 연루된 사건을 검찰총장이 직접 알아보고 있던 장면이었다. 이날은 대검 감찰부가 법무부로부터 검언유착 의혹 진상조사 공문을 받고 감찰에 착수한 날이었다.
▲검찰. ⓒ연합뉴스
바로 다음 날인 4월3일, 김웅은 조성은에게 “'제3자'가 마련해준 고발장 및 관련 자료를 전달해 줄 테니, 고발장을 '제3자'가 지정해 준 검찰청에 접수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제3자'가 “검찰 측 관계자”라는 뉘앙스를 분명하게 전하고, '제3자'로부터 받은 이 사건 메시지를 조성은에게 전달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제3자'에는 손준성뿐만 아니라 검찰총장 등 상급자도 모두 똑같이 해당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항소심 재판부는 손준성과 김웅의 관계에 주목한다. “피고와 김웅은 사법연수원 동기 검사라는 점 외에 특별한 친분 관계가 명확히 발견되지 않고, 이 사건 전후로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웅이 국회의원 선거운동으로 매우 바쁜 와중에 시간을 할애해 손준성과 기민하게 소통하며 손준성의 부탁을 받고 이를 수용해, 그 부탁의 취지를 조성은에게 그대로 전달하기로 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주목한 곳이 '윗선'이다. 재판부는 “김웅이 자신보다 연수원 기수가 더 높은 사람이거나 검찰에서의 상사나 선배였던 사람 또는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등에게서 부탁을 받고 조성은에게 이 사건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결국 “손준성에게 고발장 작성 등을 지시한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고발을 기획하고, 고발장 등을 전달할 자로 김웅을 선택한 다음 김웅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사실상 선거법 위반 '진범'을 추정한 대목이다. 당시 고발사주로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는 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고발사주 의혹 관련 MBC 보도화면 갈무리.
공수처 검사는 이번 재판에서 “손준성이 이 사건 메시지를 김웅에게 전송했다”면서 '설령 제3자가 존재하더라도, 전달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어떠한 사유에 의해 제3자가 단순 전달책에 불과한지에 관한 충분한 증명은 없다”고 반박했으며 나아가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손준성에 대한 관계에서, '단순 전달책'으로 행동하거나 이용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판단으로 손준성 검사는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손준성이 김웅과 공모 없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전송한 경우에도, 이 사건 증거만으로는, 손준성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어떠한 의사로 고발장을 전송했는지를 알 수 없고, 그 고발장이 미래통합당 측으로 전달될 것을 알았다거나, 그러한 의사가 손준성에게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이는 고발장이 미래통합당 명의 문서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만약 공무원인 손준성이 제3자로 하여금 수사기관에 접수하도록 고발장 초안을 전송하는 행위를 했고, 그 제3자가 각 초안을 용도대로 수사기관에 접수하리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점을 증거에 의해 인정할 수 있다면, 제3자에 대한 전송 행위 자체로써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에 규정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손 검사 역시 유죄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맞다면 이 사건에서 억울한 건 손준성 검사다. 입을 열게 되는 경우 윤 대통령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도 손 검사다. 지난해 9월 손 검사는 검사장급인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이 무렵 조선일보는 “피고인 신분인 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제 '검찰의 총선개입 의혹'이라는 유례없는 사건의 진실을 좇는 눈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